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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식물정보] 숲 속 나무 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통, Crown Shyness

by 딸기비빔밥 2020. 3. 26.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의 창궐이 우리들의 작은 생활습관부터 근로의 형태, 종교활동, 교육, 경제 등 사회 전반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20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 느꼈던 공감, 동조 등의 각 구성원(개체)들에 대한 우려섞인 감정들은, 확진자가 10,000명에 육박하면서 사회 문제로 발전됐고 통계수치로 객관화되었다. 

 

이렇듯 약 100nm 남짓의 작은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견고한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퍼져나갔고, 우리들은 이러한 경로들을 찾아 하나둘씩 끊어나갔다. 역설적으로바이러스의 전파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상존하고 있던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s)'를 체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동(動)적인 우리 인간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정책으로 다른 개체와의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 이상의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위해, 복잡다기한 개체 간의 연결을 잠시 끊어 놓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슷하게 군락화되어 있고 지능이 없는 정적 생명체들, 즉 식물들은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Crown Shyness? 꼭대기 수줍음? 수관기피현상? 

 

우리가 분화해서 키우는 작은 식물들 말고, 자생하는 식물들은 군락을 형성하여 그들도 나름 사회화된 삶은 살아가고 있다. 물론 생태에 있어서 군락의 장점들이 있겠지만, 식물들 간에도 바이러스 전파나, 생존 자원 경쟁 등 군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걸 할까?

 

말도 안되는 질문 같지만, 신기하게도 식물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열심히하고 있다.

아래 사진을 살펴보자

꼭대기수줍음1
꼭대기수줍음

(출처 : https://www.boredpanda.com/crown-shyness-trees-avoid-touching/?utm_source=pinterest&utm_medium=social&utm_campaign=organic)

 

우연히 형성된 패턴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정교하다. 

 

이러한 현상은 "Crown Shyness (꼭대기 수줍음)", "수관기피현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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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n Shyness란?

나무의 최상단 가지들이 인접한 다른 나무의 가지와 닿지 않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자라는 현상

1920년도에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었고, 과학자들도 이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정확한 원인과 거동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몇가지 특징들과 설만 존재한다.

 

<특징>

1. 주로 비슷한 연령대의 나무들에서 발생한다.

2. 어느 숲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같은 종의 나무들에서 발생한다.

 

<가설>

1. 숲 꼭대기에서 부는 바람으로 인해 인접한 나무들끼리 부딪혀서 가지들이 마모로 끊어진 것

   (한계 : 바람이 많이 부는 숲이나 고요한 숲이나 Crown Shyness는 공통적으로 발견)

2. 빛의 세기 변화를 감지해서 근처에 나무가 있으면 그 방향으로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는 것

3. 땅 속 화학물질을 통한 나무 간 의사소통

 

뭐 다 그럴듯한 가설이지만, 3번의 경우는 약간 의심이 든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보았다.

 

스웨던 농업과학대학에서는 식물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아래와 같다.

식물간소통

(출처 :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95646)

 

1. 주기적으로 물리적 자극(잎 건드림)을 받은 옥수수 묘종들은 뿌리보다 잎 성장에 성장자원을 많이 할당. 즉, 옥수수의 생체총량(Biomass) 할당 전략(뿌리 → 잎사귀)을 변화한 것

2. 건드림 자극을 받은 옥수수 묘종의 수경재배 성장액에 다른 옥수수 묘종을 넣어도, 똑같이 잎사귀에 성장자원을 더 많이 할당. 즉, 흙 속에서 화학물질로 주변 개체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이 연구결과를 보고나니, 3번의 경우도 어느정도 타당해보인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식물들도 공생을 위해 자원(햇볕)을 나눠 갖고, 바이러스, 해충 등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것 나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중요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숲에서도 발견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혹시나 울창한 숲을 가게되면 숲의 천장을 바라보며 식물들의 지혜와 배려심을 엿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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