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양재 화훼단지나 세종 수목원에서 봤던 고상하고 우아한 선인장이 있다.
몸통은 보통의 선인장과 비슷한데, 머리에 밍크 모자를 쓰고 있는 그런 선인장 말이다.
밍크털이 꽃인가? 아니면 그냥 얹어 놓은 장식인가? 가벼운 궁금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그 선인장을 다시 마주했다.
이 아이가 반가워서였을까? 아니면 블로그 컨텐츠를 발견했다는 것에 신이 났을까?
이유야 어찌됐건 첨단과는 멀어져 가는 내 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어댔다.
역시나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날은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그 색감이 더 아련하게 느껴졌다.
2020.04.24 - [반려식물] - 다육이화분 꾸미기 (다육식물 미니화분 분갈이)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이 아이의 털모자는 꽃도 장식도 아닌 그냥 다른 선인장의 종이 었다.
귀면각이라는 길쭉한 선인장에 밍크 선인장을 접목시킨 것이라고 한다.
길쭉하게 뻗은 아이가 규명각이고 위에 복슬복슬하게 붙어있는 아이가 밍크 선인장이다.
(왼쪽에 접붙이가 되지 않은 원상태의 귀면각도 나란히 있었다.)
2021.02.25 - [반려식물] - 게발선인장 키우는 법과 꽃 피우기
귀면각의 생장점(윗부분)을 자르고 밍크 선인장도 아랫부분을 잘라서 절단면끼리 붙이면 접목이 된다고 한다.
위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장점이 잘려나간 흔적이 보였다.
혹시나 밍크 선인장이 떨어진다면,
각각의 생장점을 잘라서 절단면을 붙여 묶어두면, 다시 한 몸이 된다고 한다.
또 하나 놀라웠던 건 백섬철화 그러니까 밍크 선인장의 저 부드러워 보이는 털이 다 가시라는 거였다.
괜히 쓰다듬었다가 온종일 고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괜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았던 그 순간의 나에게 감사했다.
너무도 곧게 홀로 뻗어 있는 귀면각과,
무심하게 얹혀 있는 밍크털은 어쩌면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동거였다.
이러한 접목선인장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량한 품종인데, 일본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선인장 농장을 하던 와타나베라는 사람이,
돌연변이인 붉은색 선인장을 발견하고 이를 '비모란'이라고 명명한 것이 시초라 한다.
이 비모란은 보기에는 아름다웠지만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접목을 꼭 해줘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선인장의 접목 기술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반전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접목선인장 수출 시장을 석권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복합적이겠으나, 정부(농진청)의 노력이 컸던 것 같다.
충격적인 건 이 접목 선인장의 가격이 거의 100만 원에 근접한다는 거다.
그래서 이 선인장에 관심이 있다면 건강한 아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접목선인장 고르는 법>
ㅇ귀면각이 휘지 않고 단단하고 곧게 자란 것이 좋다.
- 가끔 호리병처럼 중간중간 들어간(미역 같은 모양) 귀면각이 있는데, 이것도 건강하게 키운 아이라고 한다.
ㅇ백섬철화(밍크선인장)이 잘 접목된 선인장이 좋다.
- 밍크 선인장은 제대로 광합성을 못하기에 귀면각과 접목이 잘 되어있어야 영양공급을 원활히 받을 수 있다.
- 각 개체의 절단면이 안 보이는 것이 좋다.
ㅇ뿌리가 튼튼한 것이 좋다.
- 당연한 얘기고 확인하기 힘든 사항이지만, 구매할 때 한번쯤은 물어보도록 하자
ㅇ밍크가 두툼하고 균형 있게 둥그렇고 큰 것이 좋다.
- 밍크 폭이 귀면각 기둥 폭보다 넓어야 좋다.
ㅇ밍크가 은회색빛인 것이 좋다.
- 밍크 선인장은 성장기에는 은회색을 띤다고 한다.
- 이후에는 서서히 아이보리 색으로 변하지만 바깥 생장 부분은 은회색인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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